1. 서론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하는 방식으로는 세계적 으로 300~1,000 m 심도의 안정한 심지층에 동굴을 뚫어 처 분하는 개념(심부동굴식처분; Deep Mined Repository, 이하 ‘DMR’)이 기술적, 환경적, 도덕적으로 타당한 기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 개념은 1970년대부터 연구가 시 작되었으며 핀란드가 2015년 11월에 세계 최초로 Olkiluoto 에 심부동굴식처분시설 건설 허가를 취득하기에 이르렀다. 스웨덴은 동일한 개념의 처분시설을 Forsmark에 건설하기 로 하고 2011년 3월에 건설 허가를 신청하여 현재 인허가 심 사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프랑스도 당초 2015년 말 Bure 지 역에 동일한 개념의 처분시설 건설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었 으나 예기치 못한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순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Nuclear Waste Policy Act에서 Yucca Mountain을 유일한 처분장시설로 명시하여 처분사업을 진 행하였지만 2010년에 정치적인 이유로 중단되기에 이르렀 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아이디어로서 최근 미국 의 민간회사인 Deep Isolation㈜에서 원전 부지 주변에서 도 적용 가능한 새로운 처분개념을 제안하였다. 이 아이디 어는 석유산업에서 개발된 정밀한 방향제어시추기술을 활용 하여 심부수평시추공을 뚫어 사용후핵연료 또는 고준위방사 성폐기물을 처분하는 것으로서, 심부수평시추공처분(Deep Horizontal Drillhole Disposal; 이하,‘DHD’)[1]이라 한다. 이 개념은 가장 최근에 국제사회에 제안된 개념이기 때문에 자체 논문과 자료 외에는 방사성폐기물관리 전문가들 사이 에서 아직까지 활발한 학술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용후핵연료의 관리정책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이고, 현행법 상 원자력안전법 제35조제4항에 의 거 처리, 처분에 관하여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향후 최종 관 리정책이 결정되면 처분해야 할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재고 량이 달라질 수 있으며, 우리나라 여건에서 고려할 수 있는 처분개념도 그 폭이 넓어질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우 리나라에서 채택 가능한 다양한 처분개념을 연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DMR 개념의 처분시스 템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1997년부터 시작된 처분연 구는 초기 10년 간은 사용후핵연료 직접처분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였고, 이후에는 파이로프로세싱-소듐냉각고속로 연계 재순환공정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는 시 스템을 개발하였다. 최근 에너지전환정책 시행에 따라 2018 년부터 다시 사용후핵연료 직접처분시스템 개발로 연구내용 이 변경되었다. DMR 개념 외에도 미국의 DOE에서 검토한 바 있는 심부수직시추공처분(Deep Borehole Disposal; 이 하,‘DBD’) 개념에 대한 국내 적용 타당성을 연구[2]하는 등 향후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때를 대비하여 선택 가능한 다양 한 처분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배경에서 새롭게 제안된 DHD 개념의 핵심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여건에서 기술적인 측 면의 적용 여건을 예비적으로 검토하였다.
2. 심부수평시추공처분 개념
사용후핵연료 또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처분을 위해 Deep Isolation(주)가 제안한 DHD 개념의 핵심적인 골자[1] 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DHD 개념은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하는 고준위방사성폐 기물을 내부식성 처분용기(미국의 경우, 대략 직경 22~33 cm, 길이 4.3 m)에 담아 지질학적으로 안정된 암반에 수평시추 공을 뚫어 처분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지질조건에 따라 차 이는 있지만 수 km 깊이의 수직시추공을 먼저 굴착하고, 그 하부부터는 수평에 가깝게 될 때까지 일반적으로 300 ~ 600 m의 폭에 걸쳐 점진적으로 수평을 이루도록 곡선화하여 굴 착한다. 그런 다음, 보조적인 안전을 위해 수평시추공 구간 을 약간 위쪽으로 경사를 주면서 굴착한다. 이렇게 거의 수 평인 영역을 처분구역이라 한다. 처분단계에서는 처분용기 를 정치하고 난 후 처분구역을 벤토나이트 및 기타 재료를 사 용하여 밀봉한다(Fig. 1).
Deep Isolation㈜는 처분용기 재료로서 니켈-크롬-몰리 브덴(Ni-Cr-Mo) 합금을 제안하고 있다. 이 재료들은 장심도 처분환경을 대표하는 고온, 환원 염화물 환경에서 안정적이 다. Alloy 625로 만든 두께가 1 cm인 용기는 일반 부식으로 인해 성능이 저하될 때까지 최소한 50,000 년이 걸린다.
DMR 개념의 처분시스템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 한 수 km ~ 수 십 km 길이의 대규모의 동굴을 굴착해야 한다. 동굴바닥에는 열 해석 모델링을 통해 붕괴열이 설계요건에 맞게 분포할 수 있도록 일정 간격으로 처분공을 굴착해야 한 다. DMR 개념과 비교할 때 DHD 개념의 장점은, 사용후핵연 료를 지하수가 거의 정체되어 있는 지하 깊은 심도의 암반에 처분한다는 점이다. 또한 직경이 작은 처분구역의 수평시추 공은 DMR보다 암반을 덜 교란시킨다. 이 처분개념에 사용되 는 수평 시추기술은 석유산업에서 고도로 발달된 상용기술 로서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구현될 수 있다. 수평 처분구역은 최대 3 km까지 굴착할 수 있다. 처분장은 모듈화가 가능하므 로 한꺼번에 건설할 필요없이 습식저장조의 용량에 맞추어 필요 시 마다 확장해 나가면 되고, 원전 부지 또는 그 근처에 서 처분할 수 있으므로 사용후핵연료의 장거리 운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건설 과정에는 지하에 추가적인 인프라와 작업자가 필요 없기 때문에 비용과 안전성 문제가 개선된다.
한편, DHD 개념과 유사한 DBD 개념과 비교할 때의 장 점은, 먼저 처분구역의 심도가 더 얕기 때문에 경제성이 좋 다는 것이다. 지하의 지질환경이 수평적으로 형성되어 있으 므로 DHD는 비교적 균질한 처분환경을 갖게 된다. 즉, 처 분구역의 압력, 온도 및 염분이 비교적 균질하며, 이는 지하 수의 흐름을 유발하는 수리경사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DBD 방식에서는 수직방향으로 약 2 km 구역에 폐기물을 쌓게 되므로 처분용기의 누적 하중을 해결하기 위 한 별도의 브리지 플러그가 필요하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미국의 경우, PWR 사용후핵연료 280,000 다발 (약 80,000 MtU)를 DHD 방식으로 처분한다면, 사용후핵연료 집합체 하나씩을 처분구역 매 6 m 마다 정치하여서 총 처분 구역이 1,680 km에 이르게 된다(Table 1). 이 수치는 75개 원전부지마다 평균 약 22 km의 처분구역이 필요하다는 것 을 의미한다.
3. 우리나라 여건에서 DHD 개념 고려
3.1 처분장 모암
DHD 개념이 제안된 가장 근본적인 계기는, 퇴적암층 내 덮개암(caprock) 하부층에 매장되어 있는 메탄개스가 전 혀 지표 상으로 누출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지질 학적 특성은 사용후핵연료의 장기적인 처분안전성을 보장 해 줄 수 있는 조건에 해당된다. 따라서, DHD의 기본개념은 불투수성의 덮개암이 분포하고 그 하부에 적어도 1백만 년 이상 정체된 지하수가 부존된 불투수층을 처분장 모암으로 제시하고 있다[1].
이와 같이 DHD 개념에서의 처분장 부지는 심부의 물질 이 이동하지 못하는 지질구조를 갖춘 곳이 가장 적합할 것이 다. 그러나 나라마다 모두 동일한 지질학적 조건을 가질 수 없으므로, 사용후핵연료의 심층처분 개념에서는 그 방식이 무엇이던지 부지가 처분 요건에 적합하면 퇴적암, 변성암, 화 성암 모두 처분장 모암으로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처분장 모 암에 관한 한 최적 암종은 없는 것이고, 적합한 암종을 찾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향점이다.
우리나라는 퇴적암보다는 화성암과 변성암 같은 결정 질암이 많이 분포하는 지질학적 특성이 있으므로, DHD 개념에서의 처분장 모암으로 결정질암을 활용하는 것에 대 한 의견을 Deep Isolation㈜에 문의하여 아래와 같이 회신 을 받았다.
“Here is an answer from our technical team: We are less concerned with a particular rock type as long as the rock is low-permeability and hasn’t been in contact with surface waters for 1 million years or more. We use isotopic testing of waters to determine if the brines in the rock at depth have been out of contact with the surface. We expect that a crystalline rock will meet our criteria and horizontal drillholes could be drilled in that formation to safely and securely isolate waste (Sophie McCallum, Chief of Staff, June 28, 2019).”
위의 의견에 근거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지표로부터 수 km 하부에서 체류시간이 충분히 오래된 지하수를 확인할 수 있다면, DHD 방식의 적용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 단된다. 다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기준[3]에서 심층처분시 설은‘단일의 기반암’에 위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단일의 기반암이 약 3 km 길 이의 처분구역과 수평시추공의 수량만큼의 충분한 폭에 걸 쳐서 분포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지질분포특성 상 큰 규 모의 결정질암반이 폭 넓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단일 암종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3.2 DHD 규모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원자력진흥위원회에 서 사용후핵연료의 처리와 처분 문제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 다. 현재 진행 중인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활 동의 결과로서 새로운 법률이 제정될 수 있으며, 이 때 사용 후핵연료 관리 정책의 결정 체계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우리나라가 채택할 수 있는 최종 관리 옵션 중에서 직 접처분하는 경우를 가정하여 Deep Isolation㈜가 추산한 방 법을 적용해 DHD 개념의 처분방식 규모를 계산해 보면 다 음과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17년 12월 말 기준, 경수로사용후핵연 료는 4개 지역에서 모두 17,707다발이 발생되었으며, 향후 모든 원전의 가동연한까지 총 발생량은 63,170다발(27,214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4]. 처분 규모를 산정함에 있어 서 미국과의 차이점은 우리나라의 표준형 경수로사용후핵 연료는 길이가 4.53 m으로 미국의 4.3 m보다 더 길기 때문 에 처분용기도 더 길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매 6 m 마다 사용후핵연료 집합체 1 개씩을 정치한다 는 개념이므로 이 기준을 준용해도 집합체 간의 이격거리 를 약간 좁힌다면 처분 규모의 산정 결과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전체 경수로사용후핵연료를 DHD 개념으 로 처분한다고 가정하면, 약 380 km의 처분구역이 필요하며 시추공 당 처분구역을 3 km씩 잡으면 모두 127 개의 시추공 이 필요하다. 원전지역 별로 구분하면, 고리에 55개, 한빛에 24개, 한울에 40개, 월성에 8개가 필요하다(Table 2).
3.3 처분장 위치 및 레이아웃
DHD 개념은 자국의 사정에 따라서 중앙집중식 처분방 식으로 활용될 수도 있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발생되는 재처리시설이나 원전 부지 부근에 모듈방식으로 분산하여 처분할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1]. 우리나라의 경우에서도 이러한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소외에서 의 중앙집중식 중간저장 및 처분을 위한 관리부지를 확보하 게 되면 처분방식은 DMR, DBD, DHD 개념 모두 후보로 고 려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리부지의 확보가 불가한 경우에는 사용후핵연 료가 임시적으로 보관되고 있는 기존의 원전 부지 인근 지역 을 처분장으로 우선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러한 조건이라면 별도의 중앙집중식 중간저장시설이 관리 시나리 오에서 배제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소내에 추가적인 저장시설의 확장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즉, DBD나 DHD 개념은 처분구역을 모듈식으로 확장할 수 있으므로 습식저 장조의 저장용량을 적절히 유지해 가면서 필요할 때마다 사 용후핵연료를 인출하여 처분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전부지는 우리나라 여건 상 지리적으로 모두 임해 지역에 위치한다. 향후 별도의 관리부지가 선정되더라도 사용후핵연료의 원활한 운반 여건을 고려하면 그 역시 임해 지역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사용후핵연료 안전관리 관 점에서 우리나라의 여건은 국토는 좁고, 인구밀도는 2017년 기준 513 명/km2으로 세계 23위 수준이다. 사용후핵연료 발 생량도 많고(약 4만톤), 이를 처분하는 필요한 부지 면적도 넓어야(약 6 km2) 하는 등 처분시설 입지 여건이 너무나 어 렵다. 이러한 여건들을 고려할 때 우리는 지역사회의 처분시 설 수용성 향상을 위해서 처분장 영역을 내륙 쪽이 아닌 해 양의 지형 경사가 완만한 대륙붕 쪽에 두는 것을 적극 고려 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지형은 동고서저가 특징적이다. 황해는 전 지 역이 매우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대륙붕에 속하며, 평균 수심 45 m, 최대 수심 103 m 정도로 수심이 낮다. 전역이 완만하 여 대체로 평탄하다[5]. 동해 해저는 해안에서부터 대륙붕, 대 륙사면 그리고 울릉분지의 심해평원으로의 급격한 해저지형 변화를 보인다(Fig. 2). 동해의 대륙붕은 전반적으로 평탄하 지만 폭이 20 km 이하로 그 폭이 제한적이다 [6].
심부시추공처분 개념 중에서 대륙붕을 처분장으로 활 용하는 방안을 충족시킬 수 있는 처분개념은 DHD 방식이 다. 이와 유사한 DBD 개념은 지하 수직방향으로 처분하는 방식이라서 해상에 특수한 플랜트를 세워야 하므로 기술적 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해는 수 심이 매우 얕으므로 처분장의 심도는 육지부에서의 경우와 큰 차이가 없어도 무방할 것이며, 육지와의 이격거리 결정 도 선택의 폭이 넓다. 동해의 대륙붕 조건에서 DHD 개념은 Fig. 3(a)와 같이 제시될 수 있다. 이곳의 대륙붕은 경사가 급하긴 하지만 대략 연안으로부터 5 km 이내의 대륙붕 깊 이가 100 m 이하임을 보여주므로 1~2 km 심도 내에서 처 분영역 모암의 토피(overburden) 두께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3.4 처분비용
DHD 개념은 단순성, 소형화 및 유연성을 내재하고 있으 므로 물류 복잡성을 감소시키고, 특히, 지하 작업이 필요 없 으며, 장거리 운반이 최소화될 수 있고, 이미 상용화된 굴착 기술을 사용하므로 DMR 개념보다 훨씬 비용효율적이라 주 장한다[1].
개략적인 비용을 살펴 보면, 약 3 km 깊이의 처분구역은 $10M 이하로 건설할 수 있으며, 여기에 300 MtU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으므로 비용은 톤당 $130,000 미만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확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으 나 이 비용에는 시추공 굴착 외의 처분용기를 포함하는 공학 적 방벽 시스템, 부지특성조사 등의 제반 비용을 포함한 것 으로 추정된다. 이 비용을 DMR 방식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예산관리국(Office of Management of Budget) 은 Yucca Mountain 처분장을 완공하게 되면 톤당 $1.4M 의 비용으로 70,000톤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기 위해 약 96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DHD 비용보다 10배 이상 비싼 것으로 보고 있다[7].
한편, DBD에 관한 연구 결과[2]에서는 기준개념에 의거 처분공 당 약 253 MtU의 사용후핵연료가 처분되면 이때의 비용은 약 450억 원으로 평가되고 있어, MtU 당 약 1.8억 원 으로 조사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국내의 DMR 방식에 기반한 처분비용의 경우, 관련 고시(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제2017- 195호)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집합체(약 0.5 tU) 당 약 3.2 억 원인 것으로 밝히고 있다.
상기의 두 가지 분석 사례를 요약하면, DHD 개념(1.56 억 원/MtU)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DBD 개념(1.8억 원/ MtU)이 이와 유사하다. 따라서 심부시추공을 활용한 처분개 념은 DMR 개념(6.4억 원/MtU)보다 약 3.5~4배 가량 저렴하 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중앙집중식 처분일 경우에는 별도의 장거리 운반비용과 저장비용도 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원전부지 인근에서 DHD 방식으로 처분하게 되면 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덧붙여 육지부의 암반 대신에 해저 대륙붕을 처분장으 로 활용하게 되면 부지 매입 비용이 최소가 되므로 전체적인 처분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4. 고찰
사용후핵연료의 처분장을 대륙붕에 입지하는 방안이 수 용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처분 안 전성 측면에서도 육지부보다 유리한 것인지 검토해 볼 필요 가 있다. 연안 해저 암반의 역학적 특성은 육지부의 연장이 므로 동일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차 이점은 암반에 부존하고 있는 지하수체계의 특성이 다르다 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해수는 담수에 비해 2.5% 가량 무겁 다. 연안지역의 담수와 염수가 만나는 한 지점에서 지하수 두가 같더라도 하부에 부존하는 염수의 압력수두가 높으므 로 염수체가 담수로 포화된 내륙 쪽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연안지역에서의 밀도차에 의한 담수와 염수와의 경계면은 Ghyben-Herzberg의 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식에서 경계 면은 밀도차에 의해 어느 정도의 혼합대를 형성하지만, 대략 해수면을 기준으로 담수 수두의 40배에 달하는 깊이까지 담 수가 부존한다는 의미이다[8]. 따라서, 육지부에 부존하는 지 하수는 연안지역 부근에서 용출되고, 해수면 하의 암반은 염 수로 포화되어 있는 상태가 된다. 대륙붕 암반 내 지하수는 해수면의 수두가 일정하게 작용하여 수리경사가 형성되지 않을 것이므로 평형상태에서는 지하수의 흐름이 일어나지 않고 정체된 상태라 볼 수 있다.
지화학적으로는 처분장 심도에서 육지부와 마찬가지로 환원상태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륙붕 지하수가 상향 흐름이 없고, 지하수 체류시간이 충분히 오래 되어야 하는 요 건에 대해서는 추후의 연구를 통하여 확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장기적인 기후변화에 의하여 해수면 변동이 일 어나거나 융기, 침강, 침식 등의 지각변동에 의하여 대륙붕 주변의 지하수체계가 변동할 수 있는지, 그러한 영향이 처 분장 안전성에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관한 연 구도 필요하다.
DHD 개념을 우리나라 여건에서 적용한다고 가정할 때, 이와 같이 연안 대륙붕을 처분영역으로 활용하게 되면 육지 부에서보다 처분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된다. 즉, 이 아이디어는 처분장이 내 땅, 내 지역에서 벗어나 있기에 지역사회의 NIMBY 심리를 완화시킬 수 있 기도 하지만, 이와 같이 처분 안전성 측면에서도 핵종 누출 로 인한 영향이 거의 없다는 안심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수 용성 향상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해저 암반에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건설하여 성공적으로 운 영하고 있는 스웨덴의 SFR 시설이 대표적인 참고 사례라 할 수 있다[9].
이러한 배경에서 본 논문의 주제인 DHD 개념은 물론이 고, 정부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서 계획하 고 있는 중앙집중식 DMR 개념의 시설도 육지부에 건설하는 것보다는 대륙붕 암반 1 km 이내 처분에 적합한 심도를 처 분장으로 활용하여 동일한 장점을 살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 이다(Fig. 3(b)).
5. 결론
본 연구는 최근 미국 Deep Isolation(주)가 새롭게 제안한 DHD 개념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여건에서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하여 고려해 보았다. 이 개념의 주요 장점은 처 분공의 직경이 작아 DMR 개념보다 암반을 덜 교란시키고, 고도로 발달된 시추기술을 사용할 수 있고, 모듈화가 가능하 여 원전 부지 근처에서 처분할 수 있으므로 운반 문제를 최소 화할 수 있고, 지하에 작업자가 필요 없기 때문에 비용과 안 전성 문제가 개선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개념은 아이디어 수준이므로 국제 사회에서 처분 안전성과 기술성을 실증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고, 규제기관의 지침 개발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Deep Isolation㈜에서는 일차적으로 모의 처분용기를 처분 구역에 정치하고 다시 회수하는 시연을 했지만, 실증의 핵심 은 과연 DHD 처분시스템의 성능과 안전성이 설계요건을 충 분히 만족시키는가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DHD 개념의 기술 성숙도는 초기단계이지만, 우리나라 에에서도 이러한 개념을 미리 검토해야 할 필요는 충분하다 고 판단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 아 NIMBY 현상이 강할 수 밖에 없고, 더불어 사용후핵연료 발생량도 적지 않아 매우 어려운 입지여건을 가지고 있다. 이 러한 여건에서, 처분방식을 DMR과 DHD 방식 중에서 무엇 을 선택하던지, 실제 처분장을 연안 육지부보다는 대륙붕의 안정된 환경의 장점을 살려 연안 해저암반에 위치시킨다면 해당 지역사회의 심리적인 불안감과 불만을 획기적으로 완 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저 암반을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 불확실성에 대한 해소 노력도 필 요하다. 해양 조건에서의 해저 암반에 대한 조사 및 평가기술 이 마련되어야 하고, 염수 포화조건에서의 처분장의 성능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사용후 핵연료 발생량이 많지 않은 나라에서는 꽤 매력 있는 방안일 것이므로 앞으로 해외에서도 이 분야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 행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