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론
전력 생산을 위한 원자력 발전 등에 의해 발생하는 고준 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은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국가 에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전 력 생산을 위해 이용하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원자력에 의 존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고 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는 유력한 방안으로서 심층처 분(deep geological disposal) 관련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1-3]. 심층처분 방식에서는 폐기물을 처분용기에 넣어 지하 심부에 두고, 그 주변을 완충재(buffer) 등으로 둘러싸는 공 학적 방벽(engineered barrier)으로 봉입하여 지표 환경과 격 리시킨다. 공학적 방벽과 지표 환경 사이에는 암반 및 토양 등이 존재하는데, 이를 천연 방벽(natural barrier)라고 한다. 천연 방벽은 공학적 방벽의 특성을 유지시키고, 공학적 방벽 의 파손으로 인해 누출될 가능성이 있는 핵종의 이동 매체가 되는 지하수의 흐름을 억제하며, 핵종의 이동을 최대한 지연 시켜야 하는 특성이 요구된다[1,4]. 목표로 하는 성능에 따라 제작될 수 있는 공학적 방벽과는 달리 천연 방벽은 자연 상 태를 그대로 이용해야 하므로,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 분하기 위해서는 처분장 부지 및 핵종 이동 가능성이 있는 지 하 매체에 대한 상세한 지질, 수리지질, 수리지구화학적 조사 가 필수적이다[4,5].
처분에 관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 중의 하나로 처분장의 설계를 들 수 있다. 특히 처분용기가 놓일 처분공(deposition hole)의 배치는 처분용 기의 파손 가능성과 파손으로 인해 누출될 수 있는 방사성 핵종의 이동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 루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처분용기가 놓일 처분공에는 일정 크기 이상의 단열(fracture)이 없어야 하 고, 일정량 이상의 지하수 유입이 없어야 하며, 주변의 일정 한 거리 안에 지질학적 변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변형 대가 없어야 할 것이다[2,4]. 비교적 규모가 큰 선구조나 변 형대는 처분 시설의 전체적인 위치를 결정하는데, 국지적 인 단열이나 지하수 유동량 등은 처분공 하나하나의 이용 가능성을 평가하는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처분공의 배 치는 처분가능량과 처분비용에 대한 효율성 측면에 영향을 줄 수 있다[2].
특히, 처분심도에서의 지하수 유동은 처분장의 안전성 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공학적 방벽에서 누출되는 방 사성핵종의 이동에 끼치는 영향 이외에, 완충재 및 처분용 기에 접촉하게 되는 지하수의 유량이 증가할수록 파손 및 부 식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6,7]. 따라서 이용할 수 있는 처분공의 수가 처분에 필요한 수보다 많으면 상대 적으로 더 안전한 처분공을 우선적으로 이용해야 하며, 지하 수 유동 관련 특성에 대한 기준치가 정해질 경우, 해당 기준 치를 준수하지 못하는 위치에 있는 처분공은 처분에 이용하 지 않아야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지하수 유동과 관련된 특성을 처분공 위치 선정 및 배치에 이용하는 방안을 개략적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지하수 유동 특성으로 처분심도에서의 지하수 유동 량, 처분공 위치에서 지표 부근의 지하수면까지 지하수가 유 동하는 경로의 길이 및 유동에 걸리는 경과 시간을 선정하고, 선정된 특성에 대한 수치를 가상의 처분부지에 대한 지하수 유동 모의 결과를 이용해 분석하였다. 분석된 자료를 처분공 선정에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고, 다른 이 용 방안에 대해서도 제안하였다.
2.연구 지역 및 방법
2.1.가상의 처분부지 및 지하수 유동 특성
심층 처분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을 현장 조건에서 연 구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지 내에 마련된 지하 연 구 시설인 KURT (KAERI Underground Research Tunnel) 부지 부근의 수리지질학적 자료를 이용하여 가상의 처분장 부지를 가정하고 본 연구에 이용하였다(Fig. 1)[2,8]. KURT 부지 부근의 수리지질학적 환경을 가상의 처분 부지의 수리 지질학적 환경이라고 간주하고, 부지 부근의 심도 500 m 지 점의 적절한 위치에 처분공을 설치한다고 가정하였다. 해당 위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처분 시스템에 대한 IAEA의 전 문가 검토(peer review)에서 선정된 가상의 처분장 위치이 기도 하다[2]. 전문가 검토를 위해 준비한, 해당 위치에 대한 지하수 유동 모의 결과가 이용되었다.
KURT 부근의 지형을 보면, 북쪽과 동쪽이 높고 남쪽과 서쪽으로 갈수록 고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Fig. 1). KURT 부근의 지하수 유동 환경은 KURT 부지 및 부지 부근 에서 조사된 지표 자료 및 Fig. 1에 표시된 관측공에서 획득 한 자료를 통해 모의되었다[2,8,9]. KURT 주변의 지하수 유 동 방향은 지표의 고도 변화와 유사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계 산되었다(Fig. 2). 주변의 비교적 큰 규모의 지표수계를 고려 한 광역적인 지하수 유동 모의는 고도가 낮은 하천 방향으로 갈수록 지하수위가 낮아지며, KURT 부지 부근의 국지적인 지하수 유동 모의 결과도 Fig. 1의 지형도와 유사한 공간적 인 분포를 보인다. 다만, 국지적인 지하수 유동 모의에서는 KURT 부지에서 관측된 단열대에 관한 정보를 반영하였기 때문에, 수리지질학적 특성을 단순화하여 모의한 광역적인 지하수 유동 모의 결과와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9].
2.1.처분공 위치에서의 지하수 유동 특성을 나 타내는 수치의 계산
처분된 방사성폐기물에 포함된 핵종이 지하수에 용해되 어 이동한다고 가정할 때, 처분 심도에서의 지하수 유동 특성 을 나타내는 수치들은 적합한 처분공의 위치를 결정하기 위 한 자료로 이용할 수 있다. 처분공 위치에서의 지하수 유동 속도 또는 지하수 유동량, 처분공 위치에서 지표까지의 지하 수 유동 경로의 거리 및 해당 거리를 지나가는데 걸리는 경 과 시간 등이 지하수 유동 특성 중에서 고려될 수 있는 자료 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가상의 처분공이 위치해 있 는 지표면 아래 500 m 처분심도에서의 지하수 유동량, 처분 공 위치에서 지표 부근의 지하수면까지 지하수가 유동하는 경로의 길이 및 유동에 걸리는 경과 시간을 분석하였다. 처 분공이 설치될 영역의 위치는 Fig. 3(a)에 제시하였으며, 이 영역에 처분공 사이의 거리를 8 m, 처분 터널 사이의 거리를 40 m로 설정하여 총 286개의 처분공을 설치하였다[2,3]. 지 하수 유동량, 지하수 유동 경로의 길이 및 경과 시간의 계산 방식은 다음과 같다.
2.2.1.처분심도의 지하수 유동량 계산
처분심도의 지하수 유동량은 해당 심도의 단위 면적 당 지하수 유동량을 나타내는 비유동량(specific discharge, 또는 Darcy flux[10])에 지하수가 유동하는 면적을 곱해서 구 하였다. 처분심도의 지하수 유동은 주로 단열을 통해 발생한 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지하수가 유동하는 면적은 단열면의 면적으로 가정하였다. 계산식은 식(1)과 같다.
이 때, Q는 지하수 유동량, K는 수리전도도, I는 수두구 배(hydraulic gradient), A(=wb)는 유동 방향의 수직 방향 단 면적, q(=KI)는 비유동량, w는 단열의 너비(width), b는 단열 의 간극 크기(aperture)이다.
실제 계산에서는 처분심도의 암반에 존재하는 모든 단열 에 대한 자료를 전부 적용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처분심 도의 단열 분포에 대한 통계량을 이용하여 지하수의 유동이 일어나는 단열의 크기와 너비를 결정하였다[11]. I는 지하수 유동 모의에 이용된 모델 격자와 모의 결과로 나타나는 지하 수 수두 분포를 통해 계산하였고, 처분공이 위치하는 암반의 수리전도도(K)는 4.3×10-10 m·s-1, 단열의 너비(w)는 5.2 m, 간극 크기(b)는 3.6×10-5 m로 하였다[2,11].
2.2.2.처분공 위치에서 지표까지의 지하수 유동경로
처분공에서의 지하수 유동 경로는 지하수 유동량 계산에 서와 같이 KURT 주변의 지하수 유동 모의 결과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지하수 유동 경로는 모의된 지하수 유동 결과에 서 각 지점별로 계산된 수두(hydraulic head)를 이용하여 벡 터 형식으로 표시되는 해당 지점들 사이의 지하수 비유동량을 구한 후, 임의의 지점에서 시작하는 지하수 유동을 미리 계산 된 주변 지점의 값을 보간법(interpolation)을 이용하여 추정 하는 방식인 Pollock의 반해석적(semi-analytical) 방법을 이 용하였다[12,13]. 이 방법을 통해 추정된 지하수 유동 경로는 Fig. 3(b)와 같다. 가상의 처분장 위치에서의 지하수 유동 경 로는 KURT 부근을 지나는 단열대에 가까운 영역에서는 단 열대를 따라 지표로 향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영역 에서는 지표에 발달된 하천 방향으로 향하는 것으로 분석되 었다. 가상의 처분장 북쪽의 단열대는 처분장을 거쳐 가는 지 하수의 유동 경로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 났다. Fig. 3(b)에 나타난 지하수 유동 경로를 이용하여 각 경 로의 거리 및 경과 시간을 계산하였다.
3.처분공 위치에서의 관련 변수 계산 및 분포 분석
3.1.처분심도에서의 지하수 유동량 분포
처분심도의 처분공 위치가 포함된 영역의 지하수 유동량을 계산하고 그 양적, 공간적 분포를 도시하였다(Fig. 4). Fig. 4를 포 함한 이어지는 그림들에 표시된 빨간색 점은 처분공의 위치를 나타낸다. 지하수 유동량은 8.37×10-8 ~ 1.14×10-7 m3·yr-1 의 범위로 나타나고 있다(Fig. 4(a)). 지하수 유동량의 공 간적 분포를 보면, 가상의 처분장 부지의 북서방향에서 가 장 큰 값을 보이고, 남동 방향으로 갈수록 작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Fig. 4(b)). 이는 비교적 고도가 높은 북서 방향의 수두구배가 상대적으로 크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500 m의 깊은 심도에 있는 암반대수층에서의 매우 작은 지하수 유동 량으로 인해 처분심도에서의 지하수 유동량은 KURT 부지 주변의 단열대와 지표의 하천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지하수 유동량 분포가 단순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3.2.지하수 유동 경로의 길이와 경과 시간 분포
지하수 유동량 분포가 비교적 단순하게 나온 것에 비해, 지하수 유동 거리 및 경과 시간은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데, 둘 모두 작은 수치와 큰 수치의 두 부분으로 나뉘는 이봉형 (bimodal) 분포를 보인다(Fig. 5(a), 6(a)). 이는 유동 거리 및 경과시간의 공간적 분포를 보면 이해할 수 있는데, 가로 방 향 300 m 부분을 중심으로 동쪽에 위치한 처분공에서의 지 하수 유동 경로가 KURT를 지나는 단열대의 영향을 받아 비 교적 짧은 유동 거리와 경과 시간을 갖는 것으로 나타나고, 300 m를 중심으로 서쪽의 처분공은 지표의 하천방향으로 지 하수 유동 경로가 형성되어 보다 긴 이동 거리와 경과 시간 을 갖는다(Fig. 5(b), 6(b)). 지하수 유동량의 분포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지하수 유동량이 처분심도만의 환경을 고 려하여 나타나지만, 유동 거리 및 경과 시간은 처분심도에서 지표 부근에 해당하는 지하수 유동 영역 전체의 영향에 의해 산출되기 때문이다. 단열대와 하천을 포함하여 지하수 유동 계의 경계 조건이 될 수 있는 지표수계의 존재가 지하수 유동 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으로 보인다.
4.토의
처분공의 위치는 처분부지의 특성 및 처분심도의 여러 가지 특성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이 연구에서는 앞의 연 구 결과에서 제시한 처분심도에서의 지하수 유동량, 지하수 의 이동 거리, 이동 경과 시간 등을 이용하여 처분공의 위치 를 선정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처분용기의 부식이 지하수와의 접촉에 의해 발생한다고 하면, 부식에 의한 용기 파손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하 수 유동량이 적을수록 유리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처분심도 의 지하수 유동량 분포에 따라 가상의 처분장의 남동 방향을 우선적으로 처분공 위치로 선정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만 약 처분심도에서 처분공의 위치에 해당하는 지점의 지하수 유동량이 1.1 × 10-7 m3·yr-1이하여야 한다는 제한 조건이 제시된다면, 가로 방향으로 0 ~ 100 m에 위치한 처분공 위 치 중에서 일부는 처분공으로 이용되지 못할 수도 있으며, 그 에 따라 처분시설의 배치도 변경되어야 할 수 있다(Fig. 7a).
유사한 방법이 지하수 유동 경로의 길이 및 경과 시간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천연 방벽에서 지하수에 용해되 어 이동하는 핵종이 지표 환경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핵종의 이동을 제한하거나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작으로 흡착 (adsorption)이나 흡수(absorption) 등이 있으며 이를 통틀 어 수착(sorption)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핵종의 이동 거리가 길수록, 또한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이런 현상 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며, 그에 따라 핵종에 의한 방사선학 적 영향도 줄어들 수 있다.
경로의 길이에 대한 공간적 분포를 보면, 가로 방향으 로 200 ~ 300 m 사이에 해당하는 부분의 거리가 상대적으 로 길게 계산되어 있으며, 이 부분에 위치한 처분공은 핵종 이동 지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점에 있게 된다. 이는 이 동 경과 시간 분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또한 이동 거 리가 1,000 m 이상이라거나 지하수 유동에 걸리는 경과 시 간이 15,000년 이상 걸리는 지점에 처분공이 있어야 한다는 제한 조건이 주어진다면, 가로 방향으로 300 m 지점 동쪽 에 있는 처분공의 일부는 처분에 이용되지 못할 수도 있다 (Fig. 7(b), 7(c)).
조건에 따른 처분공 위치의 선별 결과는 처분공이 추가 로 필요할 경우에 처분 시설의 확장 방향을 결정하는데 이 용할 수도 있다. 핵종의 이동 지연에 유리한 방향을 찾는다 면, 가상의 처분장의 동쪽이나 북동쪽 방향으로 처분시설을 확장시키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지하수 유 동에 의한 부식의 억제까지 고려한다면 가상 처분장의 동쪽 중앙부로 확장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Fig. 7).
5.결론
KURT 부지에 가상의 심층 처분장을 가정하고, 부지에 대한 지하수 유동 모델링 결과를 이용하여 처분공 위치에서 의 지하수 유동량, 지하수의 유동 거리 및 지표 환경까지의 도달 시간 등을 계산하여 그 분포를 수치적, 공간적으로 파 악하여 해당 자료들이 처분공의 위치를 선정할 때 어떻게 이 용될 수 있을지를 제시하였다. 지하수 유동량은 지형의 영 향을 받아 비교적 단순한 공간적 분포를 보이지만, 처분공 위치에서 지표 환경까지 지하수가 유동하는 경로의 거리와 경로를 지나는데 걸리는 경과 시간은 유동 경로가 주변의 단 열대를 통과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다소 복잡한 공간적 분포 를 나타낸다. 이러한 특성은 처분공 위치가 처분장 성능요 건을 충족할 수 있는 위치인지를 판별하는데 이용될 수 있 으며, 처분공이 추가되어야 하는 경우, 어느 방향으로 처분 장이 확장되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할 때 기본적인 판단자료 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 제시된 처분공 위 치에 대한 정보 및 그것을 작성하는데 이용된 방법들은 처분 시설의 기본적인 배치(layout)을 결정하는데 이용될 수 있으 며, 처분시설의 성능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해 처분심도에서의 지하 환경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 요할 것으로 생각된다.